백반증이란?
하얀 반점이라고 다 백반증이 아닙니다.
백반증은 피부에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하얀 반점이 생기는 만성 피부질환입니다. 백 명 중 한 명 정도가 겪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며, 신체의 한 부위에만 생기기도 하고, 여러 부위에 대칭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주로 얼굴, 목, 손, 팔처럼 외부에 잘 보이는 부위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이마 라인, 쇄골 주변, 허리, 겨드랑이, 배꼽, 팔꿈치, 무릎 같은 부위에도 자주 발생합니다. 어린 나이에 머리카락이나 몸의 털 일부가 흰색으로 변하는 경우에도 백반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10대에서 30대 사이에 많이 발생하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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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증 치료해야하나요?
백반증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피부색을 만드는 멜라닌세포를 외부의 적으로 착각하고 공격해서 생기는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멜라닌세포는 피부색을 만들어내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백반증 환자는 이러한 멜라닌세포가 파괴되어 피부에 하얀 반점이 나타나게 됩니다. 치료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좋아졌다가도 다시 나타날 수 있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피부 질환입니다.
백반증에 대한 연구는 다른 질환에 비해 좀 늦은 편입니다. 특히 서구권 백인들에게는 백반증이 생겨도 눈에 잘 띄지 않아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시아인이나 피부색이 짙은 사람들에게 백반증은 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백반증 자체가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거나 전염되는 병은 아니지만, 피부에 눈에 띄는 반점이 생기면서 환자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사회생활이나 직업 선택 등에도 많은 어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백반증이 불치병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통해 호전되고, 특히 어린이의 경우에는 빨리 치료를 시작하면 거의 완전히 낫는 경우도 있습니다. 백반증은 사람마다 원인과 치료 경과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개개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백반증은 얼마나 흔한 질환인가요?
백반증은 생각보다 흔한 피부 질환입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2,850만 명, 전체 인구의 약 0.36%가 백반증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병원을 찾지 않은 환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증상이 있어도 병원을 찾지 않거나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019년 조사에서는 성인 약 35,000명 중 1.3%가 백반증 증상을 보였지만, 이 중 절반 정도만 병원을 방문해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백반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백반증은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지만, 30세 이전에 첫 증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특히 약 50%의 환자는 20세 이전에 발병하며, 7-8세와 20세 전후의 나이에 가장 많이 발병합니다.
남녀 간의 발생률은 비슷하지만, 병원을 찾는 비율은 여성이 높습니다. 외모 변화에 민감하거나 사회적인 압박 때문에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백반증은 왜 생길까요?
백반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유전적 소인, 자가면역 반응, 산화 스트레스, 멜라닌세포 자체의 취약성, 신경계와 환경적 요인, 그리고 최근 연구되고 있는 신체 미생물의 변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전적 소인
백반증은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백반증 환자의 약 15-20%에서 가족력이 있으며,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한 명이 백반증이면 다른 한 명도 백반증이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백반증과 연관된 50개 이상의 감수성 유전자가 밝혀졌으며, 이 유전자들은 주로 면역 시스템 조절과 멜라닌세포의 유지 및 생존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유전자 변이가 아니라 여러 개의 유전자 변이가 상호작용하고 환경적 요인과 결합하여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가면역 반응
백반증의 핵심 원인은 자가면역 반응으로, 면역 체계가 자신의 멜라닌세포를 외부 침입자로 잘못 인식하고 공격하여 파괴하는 것입니다. 특히 CD8+ T세포라는 면역 세포가 활성화되어 멜라닌세포를 직접 파괴하거나 염증을 유발하여 세포 사멸을 촉진합니다. 이러한 면역 반응은 치료 후에도 피부에 남아 있는 기억 T세포에 의해 재발을 쉽게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산화 스트레스
우리 몸의 세포는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항산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반증 환자는 항산화 능력이 부족하여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하고 활성산소가 멜라닌세포를 손상시켜 자가면역 반응을 더욱 촉진시킬 수 있습니다.
멜라닌세포의 내재적 취약성
백반증 환자의 멜라닌세포는 원래부터 구조적, 기능적으로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작은 외부 자극이나 스트레스에도 쉽게 손상되거나 사멸할 수 있습니다. 실제 백반증 환자의 멜라닌세포에서는 노화 징후와 세포 내 구조물(미토콘드리아, 소포체)의 기능 장애가 흔히 관찰됩니다.
신경계의 영향
정신적 스트레스와 신경계가 백반증 발병이나 악화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방출되는 신경펩티드와 스트레스 호르몬이 피부의 면역 환경을 변화시켜 멜라닌세포의 생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스트레스가 백반증의 진행과 관련된다는 보고들이 다수 있습니다.
환경적 요인
백반증 발병 위험의 상당 부분(약 20%)는 유전적 소인을 가진 개인에게 작용하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대표적으로 화학 물질(예: 염색약, 고무, 플라스틱 제품 등), 물리적 외상(상처, 마찰, 수술 후 흉터 등), 강한 자외선 노출 등이 백반증 발생과 악화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멜라닌세포의 손상을 유도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면역 반응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체 미생물의 변화
최근 연구에서는 장과 피부에 사는 미생물의 균형이 면역 체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보고되었습니다. 백반증 환자에서 장내 및 피부 미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거나 특정 균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러한 미생물 변화가 전신적인 염증을 유발하여 백반증 발병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백반증, 한 가지 이유로 생기는 게 아니에요
백반증은 단순히 한 가지 원인만으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닙니다.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에게 환경적 요인과 스트레스가 더해지고, 이로 인해 면역 체계가 활성화되면서 산화 스트레스와 멜라닌세포의 손상 및 파괴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환자마다 특정 요인의 비중이 달라 치료 방법 또한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